나는 가끔 류하빈과 류시윤이라는 쌍둥이에 대해 생각한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필연적으로 과거를 돌아보게 만들지만, 내가 떠올리는 것은 낡은 판례나 법률 조문이 아니라, 그 애들의 얼굴이다. 우리는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 법조인들이 모여 사는, 조용하고 네모반듯한 집들이 늘어선 동네였다.
우리는 일종의 삼인조였다. 언제나 붙어 다녔지만, 나는 늘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기묘한 단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날 태어나 같은 부모를 공유했지만, 애초에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 같았다. 나는 그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목격자였다.
얼마 전, 서초동의 한 바에서 우연히 그들을 마주쳤다. 둘 다 값비싼 수트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쌍둥이의 골격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극과 극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그 둘을 헷갈리는 사람은 없었다.
시윤은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날카로웠지만,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편안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의 웃음은 계산되지 않았고, 그의 위로는 온전한 진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법정에서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섰고, 그 때문에 자주 지고,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마셨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무겁고 단단한 닻과 같은 사람이었다.
반면 하빈은 바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손도 대지 않은 위스키 잔이 놓여 있었다—아마도 맥캘런 18년산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런 것들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런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의 눈매는 선하게 내려와 있었고, 완벽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것은 마치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벽처럼 느껴졌다.
그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그들의 논리적 허점이나 숨겨진 욕망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에게 대화란 장기와 같은 것이었다. 상대방이 다음에 어떤 수를 둘지 미리 알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게임. 그는 장미와 머스크 향이 나는, 차갑고 아름다운 얼음 조각상 같았다.
그는 법정에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에게 정의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의라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고, 너무 주관적이었다. 중요한 것은 오직 승리라는 결과뿐이었다. 승리는 명확했다. 승리는 측정 가능했다. 승리는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였다.
그날 나는 그들의 집에 있었다. 집 안은 에어컨 때문에 서늘했지만, 창밖의 매미 소리는 그 냉기마저 뚫고 들어올 듯했다. 그들의 어머니, 언제나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던 그들의 어머니는 법원에 가고 없었다. 우리는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녀의 서재에 몰래 들어간 것이다.
서재는 그 집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었다. 빽빽하게 꽂힌 법전들에서는 낡은 종이와 잉크 냄새가 났고,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우리는 숨을 죽인 채, 거대하고 육중한 원목 책상을 구경했다. 그 위에는 그녀의 권위를 상징하는 듯한 물건들이 각을 맞춰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검고 매끄러운 벼루가 있었다. 그녀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아이들의 증조할아버지가 쓰던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시윤이 책상에 놓인 지구본을 무심코 돌리다가, 그만 팔꿈치로 벼루를 쳐버린 것이다.
쨍그랑-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묵직하고 둔탁하게,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 그 소리는 서재의 무거운 침묵을 두 동강 내버렸다. 시간은 몇 초간 멈춘 듯했다. 우리는 숨 쉬는 법도 잊은 채, 바닥에 떨어진 채 완벽하게 반으로 쪼개진 벼루를 내려다보았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시윤이었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와 하빈을 번갈아 보았다.
“어떡하지… 어떡해… 엄마한테… 말씀드려야 해. 내가 그랬다고.”
그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아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죄책감과 책임감이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가올 벌을 온전히 감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빈은 달랐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나 당황의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눈은 그 순간, 섬뜩할 정도로 차갑고 명료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쪼개진 벼루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문제 상황’의 모든 변수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마.”
하빈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솔직하게 말한다고 해서 벼루가 다시 붙기라도 해?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야. 해결의 문제지.”
그는 방 안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창문, 책장의 위치, 문틈의 간격까지 모든 것을 데이터로 저장하는 듯했다.
“방법은 두 가지야. 첫째, 이 벼루를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는 장인을 찾아서 아무도 모르게 고쳐놓는다. 둘째, 이것이 우리의 잘못이 아닌 제3의 요인, 예를 들어 낡은 책상다리의 균열로 인한 자연스러운 사고였던 것처럼 상황을 재구성한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것은 열세 살 아이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생각이 아니었다. 그는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가장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고 있었다. 진실이 아닌, 가장 설득력 있는 정당성을.
“그건 거짓말이잖아!”
시윤이 거의 비명처럼 외쳤다.
“거짓말이 아니야. 이건 논리야. 시윤아,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벌을 받는 거야, 아니면 이 상황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야?”
하빈의 말에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시윤에게 세상은 옳고 그름의 문제였지만, 하빈에게 세상은 오직 유효함과 무효함의 문제였다는 것을. 그날, 그 서재에서 갈라진 것은 벼루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같은 뿌리에서 태어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길로 영원히 갈라지는 순간이었다.
바의 시끄러운 재즈 피아노 소리가 나를 현재로 돌려놓았다. 나는 텅 빈 글렌피딕 잔을 내려다보았다. 그날 벼루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이 내 안에 하나의 풍경으로 남아, 평생 동안 그들을 이해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시윤은 지금도 부서진 것들을 끌어안고 어떻게든 책임지려 애쓰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반면 하빈은 세상의 모든 부서진 것들을 가장 완벽하게 은폐하는 설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에게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들의 소꿉친구였고, 그들의 세계가 갈라지는 첫 순간을 목격한 유일한 관객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항상 생각한다. 같은 흙과 물로 자랐는데도, 어째서 하나는 사람을 믿는 나무가 되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비추지만 아무것도 담지 않는 얼음이 되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평생 찾지 못할 것이다. List : Y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