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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 - Headhunters  ]



" Der Krieg entscheidet nicht darüber, wer recht hat, sondern nur darüber, wer übrig bleibt.“ - Bertolt Brecht


1.

그 모든 일은, 내가 아직 마르셀 뒤퐁이었던 시절의 일이다. 지금은 아무도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어쩌면 나 자신조차도. 그 이름은 오래된 레코드판처럼 닳아버렸다. 기억의 창고 어디쯤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굴러다니고 있겠지.

2005년의 가을, 우리는 차드와 수단의 국경 어딘가에 있었다. 세상의 모든 색이 증발해버린 듯한 땅이었다. 지프의 덜컹거림, 엔진 소리, 그리고 귀에 달라붙는 침묵. 그것이 세상의 전부였다. 내 부하 중 하나인 영국인 저격수, 코드네임 팔콘은 언제나 낡은 페이퍼백을 읽었다. 그날 그가 읽던 책이 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다.

어느 화요일 아침, 멀리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누군가의 집이 타고 있었다. 바람이 실어온 냄새는 단순히 나무 타는 냄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삶이 재가 되는 냄새였다. 나는 망원경으로 그 검은 기둥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마치 하늘에 뚫린 구멍 같았다.

“개입은 없다.”

위성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말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다.”

정치. 그 단어는 언제나 현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열두 명의 부대원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사막의 모래처럼 건조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일어서서 내 총을 집어 들었을 뿐이다. 그러자 팔콘이 책을 덮고 따라 일어섰다. 한 명, 또 한 명.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우리는 군인이기를 그만두었다. 혹은, 무언가 다른 것이 되었다. 그날 밤의 총격전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게 느껴졌다. 죽은 세 명의 부하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던 사람들처럼 사라졌다. 우리는 서른일곱 명의 민간인을 구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저 텅 빈 방에 바람이 드나드는 것 같은 감각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날 이후, 내 안의 무언가가 영원히 길을 잃었다.

2.

6개월쯤 지났을까. 시간 감각은 흐릿했다. 우리는 유령처럼 떠돌았다. 국적도, 신분도 없는 존재.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왔다. 먼지 하나 없는 양복을 입은 러시아인이었다. 그는 자신을 석유회사 사람이라고 소개했지만, 그의 눈은 그런 종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눈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같았다.

“유전을 지켜주게.”

그가 말했다.

“돈은 충분히 주지.”

그의 제안에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마치 강물을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석 달 동안 세 번의 공격이 있었고, 우리는 모두 막아냈다. 마치 비디오 게임 같았다. 현실감이 없었다.

일이 끝나자 러시아인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위스키 잔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바에선 빌 에반스의 피아노 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콩고에 골치 아픈 남자가 하나 있네.”

그가 얼음을 손가락으로 툭 치며 말했다. “그를 ‘정리’해주면 좋겠는데.”

“우리가 암살자인가?”

내가 물었다.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니. 당신들은 전문가이지. 전문가는 일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의 말은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역시 사실이었다. 우리는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 위에 서 있었다. 그렇다면, 그 길 위에서 무엇을 할지 고르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가 내 빈 잔을 채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3.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모스크바의 어느 호텔 스위트룸에 있었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은 도시의 소음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우리 팀은 스물세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모두 어딘가 고장 난 사람들이었다.

러시아인은 이제 우리의 유일한 고용주였다. 그는 하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말했다. “이제 조직을 만들 때가 됐네. 합법적인 이름이 필요해.”

이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잃어버린 사람을 찾고, 때로는 누군가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머리를 사냥하는 사람들.

“헤드헌터즈.” 내가 말했다.

그 단어는 텅 빈 방 안에서 기묘한 울림을 남겼다. 러시아인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생겼다. 방패와 창이 그려진 로고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름이 생긴다고 해서 우리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여전히 길 잃은 유령들이었다. 단지 조금 더 체계적인 유령이 되었을 뿐. 나는 더 이상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 대신 세계지도를 내려다보며, 현실감 없는 작전들에 서명을 했다.

4.

오늘도 모스크바에는 눈이 내린다. 나는 최상층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다.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팔콘이 들어와 서류를 내밀었다. 그의 머리에도 눈이 내린 듯 희끗희끗했다. 남미의 어느 나라, 대통령 암살 의뢰. 금액은 5백만 달러. 숫자는 이제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나는 펜을 들어 서명했다. 내 손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움직였다.

팔콘이 나가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 한때는 무언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관성처럼 흘러갈 뿐이다. 마치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낡은 기차처럼.

서랍 속에는 낡은 사진이 있다. 처음 함께했던 열두 개의 얼굴. 그중 여섯은 이미 흙과 섞였다. 나는 그 사진을 꺼내 보지 않는다. 그 얼굴들을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눈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나는 무엇이 되었는가.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희미하다. 저것은 누구인가. 마르셀 뒤퐁인가. 아니. 그것은 오래전에 죽은 사람의 이름이다. 차드의 어느 불타는 마을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재가 되어 사라진 이름이다.

"전쟁은 누가 옳은지를 결정하지 않고, 단지 누가 남는지를 결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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