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 -
Oscar Wilde
내 쌍둥이 동생 류하빈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마치 안개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지도를 읽으려는 것과 같았다. 우리는 31년 동안 같은 시간을 통과해왔지만, 그와 나 사이에는 언제나 2미터 정도의, 결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었다. 그 거리는 시간이나 공간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근본적인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섯 살의 하빈은 넘어져 무릎이 긁혀도 울지 않았다. 그는 피가 흐르는 자신의 다리를, 마치 처음 보는 곤충이라도 관찰하듯 멀뚱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내가 아프지 않냐고 물으면,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아프긴 한데, 이게 울 만한 아픔인지 모르겠어.”
그는 고통을 느끼는 게 아니라 분석했다.
열한 살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그를 로봇 같다고 따돌렸지만, 그는 속상해하는 나를 보며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속상한 게 뭔데?”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감정을 설명한다는 것은, 마치 색맹에게 노을의 붉은빛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시도처럼 무력했다.
그와 나의 세계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소리 없이, 도시의 모든 소음과 색깔을 지워버릴 기세로. 나는 골목 끝 가로등 아래에서 담벼락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하빈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의 검은 코트와 머리카락 위로 흰 눈송이가 내려앉아 희미하게 녹아들었다. 우리는 말이 없었다. 조금 전, 우리가 ‘설계’한 기소 취하 건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다. 언제나처럼, 그의 개입으로 사건은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종결되었다. 피해자의 눈물도, 가해자의 죄책감도, 그 무엇도 남지 않은 완벽한 진공 상태. 그것이 하빈의 방식이었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눈처럼 낮고 부드러웠다.
“이번엔, 후회 안 해?”
나는 대답 대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후회. 그 단어는 내 삶의 배경음악 같은 것이었다.
“후회 같은 건, 늘 해. 근데 내가 하는 후회는… 끝까지 견디는 쪽이야.”
“형은 아직도 그걸 믿어? 윤리 같은 거?”
그의 질문은 언제나 핵심을 찌른다. 감정이라는 불필요한 외피를 전부 벗겨내고, 가장 본질적인 작동 원리에 대한 질문..
“믿는 건 아니지. 그냥… 놓지 않는 거야.”
정적이 흘렀다. 하빈은 발끝으로 쌓인 눈을 흩트렸다.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우리 사이의 공기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레이가… 형 보면 좋아해.”
그의 개, 차우차우 이야기였다. 뜬금없었지만, 그것이 그가 내미는 가장 서툰 형태의 연결선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피식 웃었다. 웃음은 희미하게 얼어붙어 부서지는 것 같았다. 그 뒤로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누구도 앞서지 않고, 누구도 뒤처지지 않은 채. 눈은 계속 내렸다.
다음 날 오후, 법무법인 23층 회의실은 어제의 눈처럼 고요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 도시 위로, 비스듬히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먼지가 빛 속에서 고대 문자처럼 떠다녔다. 하빈은 테이블 건너편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2미터였지만, 어젯밤의 눈은 그 거리를 아주 조금, 1밀리미터쯤은 좁혀 놓은 것 같았다.
“이번 사건, 윤리적으로 어떻게 생각해?”
내가 먼저 물었다. 하빈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형은 여전히 그런 걸 고민하네.”
“나만 고민하는 거야?”
하빈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 같았다. 감정도, 판단도 비치지 않는. 하지만 나는 이제 알았다. 그 고요한 수면 아래, 무언가 다른 것이 잠겨 있다는 것을.
“고민한다고 답이 나와?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어.”
“가끔 궁금해. 넌 정말 아무것도 안 느껴?”
“느껴야 할 이유가 있어?”
“감정에 이유가 필요한가?”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필요하지 않으니까 더 불편하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 역시 고민하고 있었다. 다만 그 방향이 나와 정반대였을 뿐이다. 나는 ‘느끼지 말아야 할 때’를 고민했고, 그는 어쩌면 ‘느껴야만 할 때’를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부러웠다고 말했다. 너는 절대 상처받지 않으니까.
“상처받을 만한 것도 없었으니까.”
하빈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아주 작은 균열이 생겼다. 그는 서류를 덮었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평소의 미소가 사라진,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날것의 얼굴이었다.
“형.”
“응?”
“내가 망가진 사람인 건 아닐까?”
나는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질문은 그의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구조적 결함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런 생각은 나도 해. 다만 반대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31년 동안 수없이 마주쳤지만, 완전히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하빈이 먼저 시선을 돌렸다.
“일하자.”
“응.”
대화는 끝났다. 하지만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오늘따라 그의 등이 유난히 작아 보였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평생 동안 지켜줘야 했던 것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이 아니라, 자신이 망가졌다고 믿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List : YMY